통풍… "음식 조절은 헛수고… 약을 챙겨라"

오영석 0 10880
왜 걸리나… 과음·폭식·무리한 운동, 관절에 요산 쌓이게 해

예방법은… 물·커피 많이 마시고 주스·맥주 절대 삼가야

중장년층 통풍 환자가 늘고 있다. 통풍으로 병원에서 진료받은 40~50대는 2008년 9만4000여명으로 2001년(4만600여명)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의료계는 지난해의 경우 10만명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산한다. 중앙대병원 류머티즘내과 송정수 교수는 "40대가 되면 신장 등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요산을 걸러내는 능력이 약해져 통풍이 늘어난다"며 "이와 함께 어릴 때부터 서구화된 식생활을 하며 자란 세대가 중장년층에 접어들면서 통풍이 급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장기능 약하면 잘 걸려

요산은 단백질에서 나온 퓨린이라는 물질이 분해되면서 만들어진다. 혈액 속에 통상 5~6㎎/dL가량이 있는데, 요산 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보다 혈중 농도가 높으면 '고요산혈증'이 된다. 고요산혈증 상태가 지속되면서 요산이 엄지발가락이나 무릎 관절 등에 쌓여서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 통풍이다.

고요산혈증이라고 해도 반드시 통풍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도화선에 불이 붙어야 화약이 폭발하듯 통풍을 촉발하는 계기가 있어야 발생한다. 대표적인 계기는 과음·폭식, 갑자기 하는 심한 운동, 무리한 다이어트 등이다. 안양튼튼병원 관절센터 배주한 원장은 "과음이나 폭식을 하면 혈중 요산 농도가 갑자기 높아져서 '과잉 요산'이 관절에 쌓이고, 심한 운동이나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면 근육에 쌓여 있던 요산이 녹아 관절에 침착돼 통풍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 신장기능이 약한 사람도 잘 걸린다. 한림대성심병원 류머티즘내과 김현아 교수는 "요산은 대부분 신장을 통해 걸러져 소변으로 배출된다"며 "외국의 경우 만성신부전 환자가 일반 사람보다 통풍에 걸릴 확률이 2.5배가량 높다는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물·커피 많이 마시고 주스는 피해야

통풍을 예방하거나 증상을 완화하려면 평소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서 요산을 소변으로 배출해야 한다. 배주한 원장은 "고요산혈증이 있거나 통풍이 생긴 사람은 하루 2~3L 이상의 물을 마시는 게 좋다"며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 등도 이뇨작용을 하기 때문에 도움된다"고 말했다. 주스는 요산을 증가시키는 과당이 들어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통풍이 있는 사람은 대부분 술을 마셔도 되는지 궁금해한다. 맥주는 퓨린이 들어 있기 때문에 절대로 삼가야 한다. 다른 주종(酒種)에 대해서는 명확한 연구는 없지만, 알코올은 신장의 요산 배출을 방해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멀리해야 한다. 배 원장은 "도수가 높은 술인 위스키, 발효 과정에서 잔류물이 생기는 막걸리 등은 통풍에 특히 좋지 않다"며 "다만 외국 연구 결과 통풍과의 연관성이 약하다고 알려진 와인, 위스키보다 도수가 약한 소주 등을 하루 3잔 이하 마시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식이요법은 별다른 효과 없어

흔히 통풍이 있으면 '육류는 적게, 채식 위주로 먹으라'고 권장하지만, 전문의들은 "식단 조절은 큰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현아 교수는 "육식이 요산을 축적시키긴 하지만 육식과 요산의 양이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송정수 교수는 "퓨린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음식만 먹어도 요산 수치가 낮아지는 효과는 거의 없다"며 "차라리 먹고 싶은 것을 먹은 뒤 통풍약을 복용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통풍약은 체내에서 요산 형성 자체를 억제하는 약(하루 2~3알)과 요산의 배출을 촉진하는 약(하루 1알)이 있다. 이 약은 고혈압약처럼 일단 복용을 시작하면 평생 매일 복용해야 한다. 통풍약은 혈중 요산 수치와 통증 발작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 등을 의사가 판단해 처방한다.

[박노훈 헬스조선 기자 pn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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