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운 손님 ‘황사’…대들어봤자 손해
정우석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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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3 14:56
[한겨레] [건강2.0]
건강한 아이도 40%는 ‘기침’…외출 줄이고 문단속
호흡기 환자 ‘이상’ 증상 느끼면 곧바로 병원으로
건조한 봄철이면 해마다 몇 차례 찾아오는 황사를 특별히 더 주의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 바로 만성폐쇄성 폐질환 등 만성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과 아이들이다. 흡연자에게 매우 흔한 만성폐쇄성 폐질환(시오피디·COPD)이 있는 사람이 황사를 마시게 되면 기관지가 12시간 안에 좁아져 호흡이 곤란해지는 등 응급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아이들은 평소보다 감기를 더 앓거나 천식 증상이 심해진다. 이 때문에 이런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과 아이들은 황사가 나타나면 될수록 외출을 삼가는 것이 권고된다. 이밖에도 평소 부비동염이나 천식 등 다른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도 황사 대비에 철저해야 한다.
■ 4~12시간 안에 기관지 막혀 만성폐쇄성 폐질환은 폐에 염증이 생기면서 폐 조직이 파괴돼, 만성 기침, 가래, 호흡 곤란 같은 증상이 있으면서 폐활량이 크게 떨어져 있는 질환이다. 가장 흔한 원인은 흡연이며, 대기오염 등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담배를 피우는 노인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다 이 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폐쇄성 폐질환이 있으면 특히 황사가 나타날 때 주의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제카·자노베티·슈워츠 미국 하버드대 의대 공중보건학 연구팀이 봄철 황사 발생 기간에 응급실을 찾은 환자를 분석한 결과, 만성폐쇄성 폐질환자는 황사 등 미세먼지를 마신 뒤 4~12시간 만에 기관지가 막히거나 좁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런 상황에서 의료진의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48시간 안에 기도삽관이나 기계 인공호흡이 필요한 상태에 빠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일부 질환자는 급성 호흡 부전이 생겨 사망하기도 한다.
■ 건강한 사람들도 주의해야 국내 연구에서 봄철의 황사가 아이들의 호흡 기능을 떨어뜨리고, 호흡기계 증상 발생을 높이는 것으로 나온 바 있다. 황승식 인하대 의대 교수가 평소 특별한 질환을 앓고 있지 않은 건강한 아이들 96명(남녀 각각 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29%가 황사 때 호흡기능이 10%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황사가 있으면 약 40%의 아이들에게서 기침 증상이 나타났고, 코 막힘이나 목이 따갑고 아픈 증상은 각각 19%, 28%나 늘었다. 이 때문에 감기 등과 같은 호흡기질환이나 천식으로 병원을 찾은 아이들은 평소에 견줘 각각 22%, 32% 늘어났다.
■ 외출하지 않는 것이 최고 만성폐쇄성 폐질환자와 아이들은 황사가 날릴 때에는 실내에서 머물면서 황사 바람을 피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때에는 실내의 모든 창문이 잘 닫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창문 틈이나 현관 등으로 일부 들어오는 황사도 깨끗이 청소해야 한다. 만약 부득이하게 외출하게 된다면 분진을 막을 수 있는 마스크는 물론 모자나 안경 등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외출한 뒤 귀가했을 때는 4시간 안에 손을 비롯해 눈과 콧속도 미지근한 물로 꼼꼼하게 씻도록 한다. 이때 입안을 물로 잘 씻어내고, 칫솔질도 잊지 않아야 한다. 머리를 감을 때에는 샤워기로만 머리를 감지 말고 물을 받아서 충분히 담근 상태에서 머리를 감아야 한다. 외출할 때 입었던 옷은 벗어서 잘 털어서 보관해야 한다.
아울러 황사 바람을 맞은 뒤 12시간 안에 기침, 가래, 가슴 답답함, 쌕쌕거리는 호흡, 호흡 곤란 등 호흡기 증상이 발생하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만성폐쇄성 폐질환이나 천식 등을 앓았던 사람은 이런 증상 이외에도 평소보다 더 숨찬 증상만 나타나도 응급실을 찾도록 권고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 노용균(한림대의료원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최천웅(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호흡기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