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갑 이상 20년 골초이시라면… 만성폐쇄성폐질환 의심을

정우석 0 9005

하루 1갑 이상 20년 골초이시라면… 만성폐쇄성폐질환 의심을



영화 '십계'와 '왕과 나' 등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화배우 율 브린너가 폐암으로 사망했다.

그는 오랫동안 만성폐쇄성폐질환(COPD)를 앓았는데 이 병이 악화해 폐암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COPD는 아직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COPD는 심장병 암 뇌혈관질환에 이어 네 번째 사망 원인인 심각한 질환이다. COPD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본다.

COPD는 천식과 같은 질환이다? (X)

COPD는 천식과는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천식은 기관지의 알레르기 염증 반응 때문에 발생하는 알레르기 질환으로 밤에 기침이 많이 발생한다.

반면 COPD는 담배나 대기오염 등에 의해 기도(氣道)가 점차 좁아져 호흡 기능이 천천히 저하되는 질환으로 아침이나 운동한 뒤 기침이 심해진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조사 결과, 국내 45세 이상 성인 5명 중 1명이 COPD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매년 환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최근 보건 당국은 신종인플루엔자 고위험군에 만성질환자를 포함했는데 여기엔 COPD와 같은 폐질환이 들어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가족부 질병관리본부가 사망자 117명에 대한 역학조사를 분석한 결과, COPD을 포함한 만성폐질환 환자가 22%를 차지했다.

COPD는 담배를 오래 피워야만 생긴다? (O)

실제 흡연은 COPD의 주 원인이며 환자의 80~90%는 흡연으로 인해 생긴다. COPD를 앓는 흡연자들은 COPD를 앓고 있는 비흡연자보다 사망률이 높다.

또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기침과 호흡곤란 등 호흡장애 증상과 폐기능 저하가 더 빈번히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COPD는 하루 1갑 이상 20년 동안 담배를 피운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며 담배를 피운 뒤 20년 정도가 지나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흡연 이외 다양한 환경 요인도 COPD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건설 노동자, 금속 노동자, 면직 노동자 등 오염된 공기나 분진이 많은 작업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도 COPD가 많이 발병한다.

또한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등이 많이 함유된 대기나 실내 공기도 흡연만큼 COPD의 위험 요소가 된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높은 흡연율, 대기오염 등으로 국내 COPD 환자 수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OPD는 고령인에게만 나타난다? (X)


COPD의 증상이 기침과 가래 등에서 시작되므로 65세 이상 고령인에게 주로 나타나는 질환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COPD는 40대에서도 나타난다.

결핵및호흡기학회가 2002년 국내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45세 이상의 성인 중 5명 중 1명이 COPD를 앓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WHO가 12개국에서 조사한 결과, 40세 이상 COPD 환자의 6.3%가 운동 시 호흡 곤란 증상이 나타나는 중등증 COPD였으며, 한국 중등증 환자는 5.9%로 홍콩과 싱가포르의 3.5%에 비해 매우 높았다.

COPD는 증상이 가벼워 간단한 치료로 완치할 수 있다? (X)

COPD는 폐 기능이 50% 이상 손상되기 전까지 기침 해소 객담 등 가벼운 증상만 나타난다. 이 때문에 병이 잘 안 드러나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올해 결핵및호흡기학회에서 실시한 인식 조사 결과, COPD 증상을 보이는 2명 중 1명이 관련 치료나 질환 완화를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번 폐가 손상되면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특히 별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심한 호흡곤란이나 혼수상태 등에 빠져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때문에 조기 검진을 통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COPD는 완치되지 않는 병이지만 지속적으로 치료하면 더 이상 악화하지 않고 일상생활도 가능하다. 치료를 위해서는 금연 호흡운동이 도움되며 증상이 심하면 기도 폐쇄를 막는 기관지확장제 같은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

COPD 검사는 비싸다? (X)

COPD는 5~10분 정도의 간단한 폐 기능 검사를 통해 조기 발견할 수 있다. 폐활량계를 통해 최대한 들이마시고 내쉬는 공기의 양 등을 평가한다. 검사비도 1만3,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특별한 증상이 없는 일반인은 주기적으로 검진받는 것이 좋으며 하루에 한 갑씩 10년간 담배를 피웠고 40세 이상이라면 매년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폐 기능 검사를 받아야 하며 호흡곤란이 없어도 기침 객담이 지속된다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일러트스=김경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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