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뱃속, 검사결과 멀쩡…‘기능성 위장장애’

정우석 0 8469

불편한 뱃속, 검사결과 멀쩡…‘기능성 위장장애’

[한겨레] [건강2.0]

속쓰림·복통 등 증상도 제각각

불규칙한 식사·운동부족 주원인

천천히, 적게, 자주 먹는 습관을


올해로 회사에 다닌 지 10년 차인 김아무개(40)씨는 최근 속이 쓰리면서 통증이 있고, 종종 신트림이 올라오는 증상이 생겼다. 소화도 잘되지 않는 것 같고 헛배가 불러 오기도 했다. 혹 위암과 같은 심각한 질환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찾아 위내시경 검사 등을 받았다. 하지만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기능성 위장장애’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평소 식습관을 포함해 여러 생활습관을 바꿔야 증상이 줄어들 것이라는 권고도 같이 들었다. 최근 불규칙한 생활에 시달리면서 크게 늘고 있는 기능성 위장장애의 대처법에 대해 알아본다.

■ ‘기능성 위장장애’란 김씨처럼 내시경 검사 등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지만 소화와 관련된 여러 증상이 있으면서 소화 기능이 떨어져 있으면 ‘기능성 위장장애’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성인 4명 가운데 1명 정도가 이 질환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로 현대인에게 많은 질환이다. 증상은 사람마다 제각각인데, 몇 가지 형태로 나누기도 한다. 우선 궤양이 없는데도 위·십이지장 궤양이 있는 것처럼 속 쓰림과 통증이 나타나는 궤양형, 속이 더부룩하고 항상 배가 부른 듯한 느낌이 드는 위 운동장애형, 트림이나 구역질이 많이 생기고 가슴 부분이 쓰린 위식도 역류형 등이 있다. 이런 증상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한 가지만 생기기도 한다. 또 시간과 주변 환경에 따라 증상의 정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 40대 이상이면 검사를 속 쓰림, 복통 등이 있어도 젊은 층이라면 대부분 기능성 위장장애나 가벼운 위염 등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40대 이상이면서 이런 증상이 계속 나타난다면, 우리나라에 위암이 흔한 점을 고려해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추천된다. 물론 위암보다는 십이지장궤양이나 위궤양, 위염 등의 가능성이 훨씬 크지만 검사를 통해 이런 질환 여부를 판별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40대 미만의 나이라도 가족 중에 위암에 걸린 사람이 있었다면 역시 내시경 검사를 챙겨야 한다.

■ 잘못된 식습관이 요인 이런 장애가 생기는 이유는 위장의 점막이 위산이나 음식물에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들어온 음식물을 내려보내는 운동 능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유전적으로 위장 기능이 약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좋지 않거나 불규칙한 식생활, 운동 부족, 음주 및 흡연 등이 위장 기능 약화에 더 중요한 원인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 역시 소화기능에 방해가 되고 위산 분비를 촉진시켜 속 쓰림 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사무직 직장인의 경우 운동부족까지 겹쳐 이런 증상이 더 잘 나타난다.

■ 천천히 적게 자주 먹기 위장장애가 위암 같은 심각한 질환으로 악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생활의 불편을 불러오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기능성 위장장애가 진단됐다면 약을 먹기에 앞서 식습관을 포함해 생활습관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을 먹어서 일시적으로 증상이 개선될 수 있기는 하지만, 생활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다시 같은 증상이 생긴다.

위장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흔히 맵고 짠 것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여기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천천히, 적게, 자주 먹기이다. 일단 식사를 할 때 입안에서 잘게 부수고 침과 충분히 섞일 때까지 씹어야 한다. 대개 20번 이상 씹기를 해야 음식이 골고루 잘 부서진다. 배가 부른 뒤에도 5~10분은 지나야 뇌가 포만감을 느끼므로, 배가 고픈 상태에서 식사를 하면 과식을 하기 쉽다. 위장에 음식물이 너무 가득 차면 위장의 운동 기능이 약해지고 통증이 잘 생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아울러 식사 시간이 불규칙하면 위장 등이 때맞춰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규칙이 없어져 소화 기능이 방해를 받아 항상 더부룩하고 속 쓰림이 심해질 수 있다. 흡연과 음주도 위장 기능을 방해하는 습관이므로 피해야 하며, 온종일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 종사자는 되도록 걷기 등과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루 30분~1시간 정도는 하는 것이 좋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 고동희(한림대의료원 한강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홍성수(내과 전문의·비에비스나무병원 진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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