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랑할수록 눈은 상처 받아요
정우석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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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1 21:30
스마트폰이 국내에 보급된 지 1년이 채 안 돼 사용자가 300만명을 훌쩍 넘었다. 스마트폰 하나로 통화는 물론 사진·동영상 촬영과 인터넷을 통한 각종 정보 습득이 가능한 덕에 스마트폰에 푹 빠져든 ‘폰생폰사’족들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과유불급(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함)이라고 했던가.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으로 눈 건강에 빨간불이 켜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까지 양쪽 시력이 1.5였으니, 시력만큼은 자신있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 재어보니 1.2, 0.8까지 떨어졌어요. 스마트폰을 애용한 뒤부터 그런 것 같습니다.” 직장인 이장섭(42)씨는 최근 침침한 눈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1년 사이에 시력이 급격히 나빠진 결과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의사는 “눈을 너무 혹사시킨 것 같다”며 스마트폰 사용 자제를 당부했다. 이씨는 “올해 초 스마트폰을 구입한 뒤 틈날 때마다 인터넷과 트위터를 하고, 출퇴근길엔 전자책을 읽곤 한 게 화근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화면 주시할땐 깜박임 줄어
시력 저하·피로감 등 나타나
단말기와 거리 40~50㎝ 유지
흔들리는 차에선 사용자제를
■ 액정 장시간 주시 금물 스마트폰이 눈 건강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작은 액정 속 글자와 화면을 주시하는 상태가 계속 반복될 때는 시력 저하의 원인이 된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은 대표적인 근거리 작업이어서 근시를 유발해 시력을 떨어뜨린다. 양홍석 아주대병원 안과 교수는 “평상시 분당 16~17번 깜빡이던 횟수가 단말기 화면을 주시할 때는 분당 6~7번까지 줄어든다”며 “각막 표면의 눈물막이 파괴되어 피로감, 침침함, 안통, 출혈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눈은 작은 글씨를 볼 때 눈의 조절력을 과도하게 사용하게 되는데, 이때 안구건조증이 생긴다. 이러한 안구건조증은 눈을 감고 휴식 취하기나 눈을 자주 깜빡여주기, 눈 운동 습관만으로 간단히 회복될 수 있다. 김응수 김안과병원 교수는 “식염수의 사용은 순간의 증상을 완화시켜줄 수 있으나 눈물 성분을 씻어내 오히려 안구건조증을 심화시킬 수 있으므로 여러 번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안구건조증이 심할 때는 안과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인공눈물을 30~40분마다 수시로 넣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 눈건강 수칙 스마트폰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지름길은 통화 이외의 사용을 가급적 줄이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반드시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10분 이상 집중해서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장시간 사용해야 할 때에는 30분 사용 뒤 1~2분간 눈을 감거나 먼 곳을 주시하며 눈에 휴식을 주도록 한다. 미국에서는 ‘20-20-20룰(rule)’이라고 해서 20분 집중 뒤에는 20초간 20피트(6m) 이상 떨어진 물체를 주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휴대성 역시 눈을 혹사시키는 원인이다. 햇빛이 강한 야외에서나 어두운 곳에서, 흔들리는 대중교통 안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최진석 새빛안과병원 진료과장은 “스마트폰이 지나치게 밝아 보이게 하는 어두운 조명, 흔들리는 화면은 초점을 맞춰야 하는 눈의 피로도를 증가시킨다”며 “이메일이나 트위터 전송 등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눈 건강을 위해서는 스마트폰을 정면보다 30도 아래에 두고 사용해야 피로를 덜 느낄 수 있다. 근시 예방을 위해 스마트폰과 눈 사이는 적어도 40~50㎝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액정 화면을 지나치게 밝게 설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너무 밝으면 눈 건강에 해롭다. 주변의 조도는 너무 밝거나 어둡지 않은 것이 좋은데, 300~600럭스가 적당하다. 또 가능한 한 허리를 등받이에 밀착시키고 곧게 편 다음 거북목 자세가 되지 않도록 턱을 약간 당긴 상태에서 단말기를 주시하면 눈과 몸의 피로감을 줄일 수 있다. 스마트폰의 글자 크기를 키우는 것도 한 방법이다.
■ 눈 건조하지 않도록 주의 눈 건강의 기본은 수분 공급이다. 하루 8잔의 물은 눈의 건조함을 줄여준다. 눈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는 방법도 있다.
비타민 에이(A)는 망막 시세포 구성성분 중의 하나로 당근, 시금치 등 녹황색 채소나 과일을 섭취하면 눈이 뻑뻑하거나 피로에서 오는 안구건조증은 물론 야맹증을 예방하고 시력 회복을 도와준다. 또 비타민 이(E)가 포함된 버섯, 두부, 콩, 아몬드, 달걀, 우유, 간 등은 노화성 황반 변성을 예방할 수 있다. 오메가3 등의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등 푸른 생선도 눈 건강에 좋다.
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