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쑥 빼고 컴퓨터 보시죠? 팔다리 마비 올 수 있어요
정우석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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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3 16:07
[중앙일보 고종관]
40대 중반의 직장인 김모씨. 최근 오른쪽 어깨에서 엄지손가락까지 심한 통증과 저린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어깨가 뭉친 것이려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지내다 팔의 마비 증상까지 오자 부랴부랴 진단을 받은 것. 병명은 의외로 목(경추) 디스크였다. 그는 “평소 목 부위가 아닌 어깨와 등이 아팠는데…” 하며 의아해 했다. 목 디스크 환자 중 김씨와 같은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 환자들이 차일피일 진단을 미룬다. 수술에 대한 두려움도 이런 현상을 부채질한다. 세연통증클리닉 최봉춘 원장의 도움말로 목 디스크의 원인과 비수술적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디스크가 팔로 이어지는 신경 건드려
목 디스크라고 해서 반드시 목덜미가 아픈 것은 아니다. 목에는 모두 일곱 개의 뼈가 블록처럼 쌓여 있다. 이 뼈들 사이로 여덟 쌍의 신경줄기가 지나간다. 이 중 아래쪽 네 쌍이 목뼈에서 어깨와 팔·손가락으로 이어진다. 이들 신경줄기가 밖으로 빠져 나온 디스크에 의해 압박을 받으면 어깨와 팔로 가는 신경에 염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어깨와 팔이 아프고 저리게 된다.
목 디스크는 자동차 사고와 같이 외부의 충격을 받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컴퓨터를 오래 사용하는 직장인처럼 잘못된 자세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와도 관련이 있다. 골관절의 퇴행성 변화로 목뼈의 일부가 자라 신경 부위를 압박한다. 50대 이후에서 발생하는 목 디스크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목은 뇌에서 온몸으로 전달되는 척수 신경과 심장에서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중요한 혈관이 지나간다. 따라서 목 디스크를 방치해 목 신경이 마비될 경우 심각한 사지마비를 보일 수 있다. 조기 진단뿐 아니라 세심하고 정밀한 치료가 필요하다.
방치하면 목보다 어깨·팔 통증 심해
초기 증상은 목을 움직일 때마다 아프고 뻣뻣하다가 심해지면 목의 통증과 함께 팔이 저리다. 나중에 목뼈가 변성되거나 목뼈 뒤에 있는 후종 인대가 석회화되면 신경이 눌리면서 목의 통증보다 어깨와 팔의 통증이 심해진다. 이때 뒷골이 무겁고 아프거나 어깨·가슴·옆구리 등이 쑤셔 두통 또는 오십견·류머티즘으로 오인하기 쉽다.
초기라면 약물이나 물리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약물 치료나 안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때 수술에 앞서 먼저 고려할 수 있는 치료법이 신경치료다. 통증의 원인에 따라 ▶통증유발점을 없애주는 치료 ▶교감신경치료 ▶경막외 치료 ▶신경성형술 등 신경차단 요법이 있다.
초기에는 비수술적 신경치료가 효과적
먼저 디스크가 아니고 근육의 경직으로 생긴 통증이라면 통증 유발점을 치료한다. 근육이완제를 주입해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다. 교감신경치료는 어깨와 목을 지배하는 교감신경에 약물을 주입, 혈류를 왕성하게 도와주는 시술이다.
만성으로 통증이 오래 지속되면 염증이 반복되기 때문에 약물만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안 된다. 신경 주위의 섬유화 현상, 즉 신경끼리 유착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때는 X선 영상장치를 이용한 신경성형술을 한다. 가느다란 의료용 줄을 집어넣어 섬유화로 유착된 부위를 찾아 박리하고 약물과 염증 치료제를 주입해 통증을 없애준다.
이 같은 신경치료는 물리치료와 같은 보존적 치료에 비해 통증을 빨리 제거하고 수술에 의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고종관 기자